어릴 적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것은 연례 행사처럼 귀한 일이었다. 극장까지 멀리 나가야 하고, 가격도 싸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리와 비용의 단점을 무시하고 당시 초등학생이라면 꼭 봐야 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1982)]를 보기 위해 부모님을 졸라 충무로 대한극장에 갔던 기억이 있다. 그것이 '극장’에 대한 첫 경험이다. 하지만 [영화: E.T] 이후론 극장에 잘 가지 못 했다. 역시 거리와 비용의 한계 때문이었다. 그리고 몇 년 뒤, 'VHS (Video Home System)’ 일명 비디오가 등장하며, 가정에서도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비디오는 대중화가 되면서 집집마다 TV 옆의 자리를 차지했고, 동네 곳곳엔 '비디오 대여점’이 들어서면서 영화는 주말의 여가를 책임 지게 됐다. 극장에서 영화 한편을 볼 돈이면 비디오 몇 편을 더 빌려 볼 수 있고, 돌려 볼 수 때문에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80년대 말 최고 3만 5천여 곳에 달했던 '비디오 대여점’은 2006년 즈음해서 막을 내렸다. 고화질의 DVD가 나오고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로 인해 더 이상 화질이 낮고 비용이 들어가는 비디오를 찾지 않게 된 이유다. 비록 산업 변화의 성장통을 겪고 사라졌지만, '비디오 대여점’은 필자에게 최초의 '렌탈’의 개념을 심어줬다. 





즘 홈쇼핑에서는 '렌탈’상품이 대세다 '렌트(rent)나 렌탈’의 의미는 포괄적으론 '집세, 사용료’ 또는 '빌리다’이지만, 홈쇼핑 렌탈의 개념은 초기 목돈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일정 기간 뒤에 소유하는 방식이다. 비디오처럼 '반환’하는 시스템과는 다른 것이다. 


'한국렌탈협회’에 따르면 렌탈 시장은 2006년 3조 원 규모에서 2011년 10조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초창기 홈쇼핑에서는 정수기와 같이 관리가 필요한 몇몇 상품 위주로 '렌탈’을 시작됐지만 삶의 질이 훨씬 더 높아진 지금은 안마의자, 장기 렌터카, 라텍스 매트리스 등의 고가의 상품으로 확대 되면서 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로 소비자의 목돈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있다. '장기 불황’과 '1인 가구의 증가’ 그리고 '제품 교체 주기의 단축’이 새로운 소비의 행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렌탈에서 '공유’로 옮겨지는 소비 트렌드가 또 하나의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함께 사용한다는 개념이 점차 늘면서 시작된 쉐어링(Sharing)이다. 목돈의 부담을 렌탈로 나누고 그 부담을 '공유’로 또 쪼개는 방식으로 ‘함께 사용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 쉐어링’도 이 중 하나에 속하며, 대표적인 예론 '카(car) 쉐어링’을 들 수 있겠다. 





지금은 선진국과의 문화적 격차가 좁혀졌기 때문에 외국 영화 속에서 느껴지는 문화적 충격이 약해졌지만, 과거엔 외국영화 속 인물들의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신기했었던 시절이 있었다. 예를 들면,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영화 속 주인공이 집을 '렌트’한다거나, 이삿짐 없이 이사하는 풍경 등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소유의 개념이 강했던 우리나라와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그들의 렌탈 문화가 생소하게 보였던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우리도 '렌탈 문화’의 중심에 서 있다. 혹시나, 앞으로 렌탈시장 다음을 이끌 상품에 관심이 있다면, 영화 속에 있는 그 나라 문화들을 꼼꼼히 살피면서 '뉴 트렌드’ 상품을 발굴해 보면 어떨까? 영화 속에 의외의 '진짜 대박 상품’이 보석처럼 꼭꼭 숨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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