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역대 드라마 시청률 TOP인 '젊은이의 양지','사랑이 뭐길래','모래시계' 등의 대표 90년대의 작품의 공통점은 '사랑, 가족, 성공, 모험’이라는 탄탄한 소재의 이야기로 귀가시간을 앞당기며 온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 후, 우리나라의 드라마는 한류의 바람을 타고 급성장을 했고, 드라마의 소재도 꽤나 다양해져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드라마나 영화에 새로운 '소재’가 속속 등장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홈쇼핑이다. <상단 이미지 출처: '6년째 연애 중(2007. 김하늘 윤계상 주연)'  홈쇼핑 장면. 화면 왼쪽 '김지애 쇼호스트'가 극 중 간고등어 방송을 하고 있다.>





선택(2000)/그 햇살이 나에게(2002)/그 여자 사람 잡네(2002)/기쁜 소식(2003)/두 번째 프로포즈 (2004)/천생연분(2004)/달자의 봄 (2007)/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2013)/아내와 여자(2008)/그녀의 스타일(2009)/불굴의 며느리(2011)/폼 나게 살 거야(2011)/가족의 탄생(2012)/옥탑방 왕세자(2012)/직장의 신(2013)/예쁜 남자(2013)/세 번 결혼하는 여자(2013)/귀부인(2014) 등의 드라마의 소재에는 홈쇼핑의 배경과 배역(홈쇼핑 쇼호스트, 홈쇼핑 PD, 홈쇼핑 MD, 홈쇼핑 모델, 홈쇼핑 본부장 등)이 나온다는 공통점으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겠다. 


홈쇼핑의 내용을 다루는 비중의 차이는 있겠으나, 홈쇼핑이 2000년 이후 현저히 증가한 드라마의 소재 중에 하나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분명하다. 이쯤 되면 홈쇼핑과 드라마의 시청자는 거의 비슷하다고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우리는 극적인 반전 요소가 발생할 때 이런 말을 심심치 않게 한다. '드라마틱’하다! 


사전적으로 드라마는 연극(演劇) • 희곡(戲曲) 등 모든 극작품(劇作品)의 총칭. 영어 drama는 그리스어(語)의 「행동하다」란 뜻을 지닌 동사 「dran」에서 유래한 말이다. (출처: 국어국문학자료사전, 1998, 한국사전연구사) 


이처럼 우리가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어찌 보면 TV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대리만족’이나 '인생의 반전’을 원하는 심리가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런 '드라마틱’한 요소들은 고스란히 홈쇼핑에서도 일어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재핑(Zapping)’시간대를 들 수 있겠다. 





재핑(급속 채널 이동)의 뜻은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도중에 광고나 불필요한 부분이 방송될 때 리모컨(remote control)을 이용하여 다른 채널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공중파 전체 정규 프로그램 가운데 '인기 드라마’의 시청률만큼 나오는 프로그램은 없다. 그래서 더욱 드라마와 연관된 재핑의 특성은 홈쇼핑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드라마를 시청한 다수의 고객들이 채널을 돌려 홈쇼핑의 상품을 보는 바로 그 순간이 '홈쇼핑 최고 시청률’이 나오는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이때 드라마를 보던 시청자들이 그대로 홈쇼핑에 유입되어 '드라마틱’한 매출 효과를 본다. 결과적으로 드라마 재핑 타임이 차지하는 홈쇼핑 매출의 비중은 많게는 절반을 넘어가기 때문에 홈쇼핑 사람들에게는 재핑의 특성 파악과 분석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홈쇼핑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시선에서 드라마에 접근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재미있는 드라마가 시작할 때나 끝날 때 리모컨으로 채널 버튼을 재빨리 눌러 어떤 프로그램이 지금 방송하는지, 광고는 어떤 광고들이 나오는지 등을 본능적으로 확인하기도 하고 타 홈쇼핑에선 어떤 상품을 방송하는지 살피기도 한다. 이런 행동은 쇼호스트가 되고 나서 생겨 버린 불가피한 습관이다. 





가끔 사람들이 물어본다. “(부부 쇼호스트의) 취미는 뭐에요?” 당황스럽지는 않지만 딱히 멋있는 취미가 없는 것 같아 망설여질 때가 있는데 그래도 당당하게 대답은 한다. “드라마 많이 봐요~” 재미도 재미지만 홈쇼핑의 주 고객들이 드라마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TV 시청자의 심리를 조금이나마 헤아리고 싶다면 인기 드라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 나아가, 분야를 떠나서 대한민국의 주부와 소통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드라마에 대한 정보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결국 드라마는 우리 부부에겐 취미 아닌 취미가 됐다. 


지금도 드라마를 보다가 홈쇼핑으로 넘어오는 시청자라면 쇼호스트의 한마디에 멈칫할 것이다. “고객님! 지금 '왔다! 장보리~ ‘ 보고 오셨죠? 저도 참 좋아하는 드라마에요~” 아마도 시청하는 고객은 “어! 어떻게 알았지?”라고 반응을 보일 것이다. 마치 낯선 사람이 나의 이름을 불러 줄 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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