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이용해 봤냐고요? 저 마니아에요”


탈북민 최초 웹툰 작가 최성국



I 웹툰 작가 최성국 I

평양미술대학 아동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조선 4·26 아동영화촬영소에서 근무했다. 2010년 탈북하여 1년 정도 대북 관련 방송국 PD 생활을 했다. 2016년부터 네이버 웹툰에 ‛로동심문’을 연재하기 시작했으며 소설 ‘고발’의 그림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남과 북을 아우르는 유일무이, 대체불가 리얼 체험 버라이어티! 가장 독한 사연과 흥미로운 사연을 가지고 있는 북에서 온 그대들의 남한 표류기!’ 탈북민 최초 웹툰 작가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최성국 작가의 ‘로동심문’ 소개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웹툰 ‘로동심문’과 소설 ‘고발’의 그림, 다양한 방송 출연 등을 통해 북한의 현실과 탈북자들이 한국 정착 과정에서 겪는 생생한 에피소드를 실감 나게 전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Q. 북한에 계실 때도 그림을 그리셨다고 들었어요.

북한에서 그림으로 한가락 했었죠 (웃음). 평양미술대학 아동미술학과를 나와서 북한에서 꿈의 직장이라는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에서 오랫동안 아동 영화를 만드는 일을 했어요. ‘포카혼타스’, ‘라이언킹’ 등 미국 애니메이션을 흉내 내 수출하거나 ‛령리한 너구리’ 같은 북한 TV용 만화를 제작했죠.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고 컴퓨터를 재조립해서 내다 파는 일을 하다가 중국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들어 있던 한국 드라마를 발견했어요. 이걸 CD로 복사해 팔아 돈을 많이 벌었죠. 그렇게 돈을 벌어서 김정일에게 바쳐 ‛김일성 청년영예상’도 받고 했는데, 곧 보위부의 감시 대상이 됐고, 암거래가 발각돼 함경남도 리원으로 추방당했어요. 그러다가 2010년에 탈북하게 된 거죠.



Q. 로동심문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셨어요.

남한에 와서 웹툰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처음에는 이 곳의 자유분방한 시스템과 문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어요. 아이들 보는 애니메이션의 예만 들어 봐도 제 기준에는 애들 장난하듯이 그려놓은, 완전 쓸데 없는 일상적인 평범한 내용들인거죠. 애국심도 없고, 충성심도 없고, 간첩 잡는 내용도 없는…(웃음). 왜 재미있는지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 됐죠. 개그 프로그램을 봐도 웃음 코드에 차이가 많아 어디에서 울고 웃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으니 만화를 그리고 싶어도 쉽지가 않았어요. 그러다 대북 관련 방송국 PD, 기자, 아나운서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한국 사회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알게 되었어요. 몇 년 정도 남한 생활을 하다 보니 사회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제가 겪은 실화를 남한식 개그로 녹이면 재밌을 것 같았죠. 그래서 작년부터 네이버 웹툰에 작품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Q. 웹툰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뜨거웠죠. “처음 보는 스타일의 웹툰이다” “북한이 정말 이런가. 공부도 되고, 재미있다” 등의 반응이 많아요. 학생들한테 질문도 많이 받고요. 그만큼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잘 몰랐고, 관심이 없었다는 이야기죠. 탈북민 독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정착 시절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남북 문화 차이를 정말 잘 그려냈다”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어요.



Q. 웹툰에서 나오는 남과 북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에피소드들이 참 흥미롭던데요.

남녀 관계에서의 예를 들면, 남한 여성이 북한 남자가 신기하니까 계속 말을 걸고, 또 “친구하자”, “전화번호 달라”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여자가 이러는 것은 상상도 못합니다. 그래서 “나랑 결혼하고 싶어서 저러는구나”라는 착각을 하면서 탈북 남성들은 혼자 사랑에 빠지기도 하죠. 또 남한사람들은 친절하잖습니까. 항상 웃으며 이야기 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구체적으로 묻기도 합니다. 북한에서 이런 사람은 사기꾼이에요(웃음). 이곳에 와서 회사 생활 하면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예를 들면, 회사에 있는데 저만 빼고 직원들이 다 빠져나가요. 회의를 하러 가는 거죠. “왜 얘기를 안 해주냐고” 하면 사내 메신저에 공지를 했다는 거에요. 저도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을 직접 얘기 안 해주면 모르는 거죠. 사수가 업무 지시를 했어요. “이거 이거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냥 지나쳐요. 사수가 나중에 “그때, 그거 시켰는데 왜 안하셨어요?” 하면 저는 또 놀라는 거죠. “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지, 하라고는 안 하지 않았냐” 라고 반문하게 되는 거죠. 북한에서는 대부분 저런 경우, “무조건 하세요”라고 하거든요. 선택권을 주지 않아요. 저러면 ‘이게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웹툰에서도 나온 내용인데, 직장 상사가 “아무개씨 무엇을 하세요” 라고 말하면, 북한 식으로 하면 “네, 목숨을 다 바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식으로 반응하는 거죠. 그게 남한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과하게 보이는 거고. 거기서 오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Q. 독자들에게 재미를 준다는 것 외에도 탈북 만화가로서 북한, 탈북자와 관련된 만화를 그리는 게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는 남북이 문화를 통해 서로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에요. 북한 주민들은 어릴 적부터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세뇌 교육을 받아서 아무리 북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도 ‘남조선 괴뢰도당들이 우리나라를 고립압살하기 위한 수작’이라고 해요.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등 한국 상품이 중국을 통해 들어가면서 사람들이 바뀌었어요. 사회주의 배급체제로 부터 자본주의 시장경제 기초가 형성되기도 했고요. 국가에서 배급을 안 줘도 모든 사람이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자생능력도 생겼습니다. 저는 2010년까지 북한을 직접 겪었습니다. 이후 남한에 들어와서 보니까 북한 사람들을 바꾸는 것은 결국 문화의 힘이 크다는 것을 느꼈죠. 남한분들은 그 동안 관심 없었던, 혹은 몰랐던 북한의 실상을 저를 통해 알게 되고 또 탈북자 분들 그 중에서도 특히, 이제 막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 분들은 저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린 웹툰이나 방송에서 하는 말들이 탈북자들에겐 그 어떤 적응 매뉴얼보다 실용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롯데홈쇼핑이라는 훌륭한 창구를 통해 선보이게 될 작품에 대한 기대가 많이 되요. 많은 사람들이 접하는 공신력이 있는 창구고, 또 그만큼의 파급력을 갖게 된다는 의미니까요.



Q. 홈쇼핑 얘기가 나온 김에, 평소에 홈쇼핑으로 물건 구입 하시나요?


많이 해요. 나가서 사려면 귀찮고 하니깐 특히 옷 같은 거 많이 구입하죠. 물론, 처음부터 홈쇼핑에 익숙하진 않았어요. 대부분의 탈북자가 그랬을 거에요. 북한에서 오신 어르신들은 홈쇼핑이라는 단어 자체도 어려워하시죠. 어르신들은 ‘텔레비 상점’, ‘텔레비 장마당’이라고 불러요. 처음에는 일단 다 사기라고 생각해요. 직접 물건을 보고 물어보고 사는 것이 아니니깐. 하지만 주위에서 다 구입하니, 한번 사봐요. 근데 홈쇼핑에서 전화로 물건 구입하게 되면 자동 응답 목소리로 카드번호 누르고, 비밀번호 누르라는 말 나오잖아요. 거기서 딱 굳는 거에요. ‘봐라, 이거 사기구나’ 거기서 전화 끊고 바로 담당 형사한테 전화하죠 (웃음). 어찌 어찌해서 전화로 주문했다고 해도 물건이 내 손안에 들어올 때까지 안절부절 못하는 거에요. 불안해서. 전화해서 계속 물어보죠. 언제 오는 건지. 거기다 더 놀라운 건 교환, 환불 시스템이에요. 물건 사고 맘에 안 들면 바로 교환하거나 환불할 수도 있잖아요. 이게 완전 신세계인 거죠. 북한에서는 물건을 한번 가졌다가 이를 바꾸려고 하면 말 그대로 전쟁이거든요. 홈쇼핑으로 주문한 물건이 맘에 안 들어서 교환할 때 택배 직원이 물건을 찾으러 오면 그걸 또 믿을 수 없는 거에요. 이 물건을 저 사람한테 주면 나는 뭘 믿고 물건을 다시 받을 수 있냐고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택배 직원하고 실랑이를 버리기도 하고… 물건을 실제로 직접 보지 않고 TV로만 보고 주문하고, 그게 하루 이틀 사이에 배달되고, 또 그 물건이 맘에 안 들면 바로 일정 기간 안에 환불이나 교환이 가능하고…. 이게 정말 믿을 수 없는, 너무 너무 놀라운 시스템인 거에요. 북한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요.

우선 당장은 롯데홈쇼핑에 연재하게 될 작품을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낼지 지금 계속 고민하고, 구상하고 있어요.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궁극적으로는 저의 작품이 남과북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통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탈북자들이 한국에 있지만 웹툰,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은 저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 콘텐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장점을 잘 살리고 싶어요. 그래서 서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도 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고, 보람도 클 것 같아요.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공감해주시고 웃어주시면 더 바랄나위가 없고요.


최성국 작가는 9월 초 롯데홈쇼핑에서 새로운 작품으로 인사드릴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DITOR 김시연 | PHOTOGRAPHER 정재환 
롯데홈쇼핑 월간지 10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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