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삼국지, 이제 본게임이다?! 그동안 CJ오쇼핑과 GS홈쇼핑 간의 숨가쁜 2파전 양강 구도에 롯데홈쇼핑이 쫓아가는 형국이었다면 이제 양상은 삼국지로 가고 있는 듯하다. 롯데홈쇼핑(대표 강현구)이 올가을 10개 패션 브랜드와 8개 PB(프라이빗 브랜드), 라이선스, 전략적인 독점 브랜드를 들고 칼을 뽑아들었다. 


그동안 CJ오쇼핑과 GS홈쇼핑에 이어 만년 3위에 머물러 있던 롯데홈쇼핑이 최근 ‘정상을 차지하겠다’라며 자신감 있게 목소리를 높이며 나섰다. 지난 6개월간 조용히 메이저 패션기업들을 훑으면서 파워풀하게 영업을 펼쳐 온 결과다. 


지난 8월23일 성공적인 첫 테이프를 끊은 패션군단의 면면도 화려하다. LF패션 「질바이질스튜어트」와 「파잘」, 바바패션 「JJ지고트」, 아이올리 「매긴나잇브릿지」, 인동FN 「쉬즈미스」, 위비스 「컬쳐콜」, 현우인터내셔날 「르샵」, 브랜드인덱스 「마조앤새디」, DFD 「마나스」, GRI코리아 「스티브매든」… 등 10개사. 




‘패션 이즈 롯데(Fashion is Lotte)’를 주제로 진행한 올 시즌 F/W 첫 방송에서 하루 만에 75억원의 주문액을 달성하며 예상치의 150%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뒀다. 특히 23일 밤 10시 30분부터 방영된 ‘정윤정쇼(Jung Show) 세러데이 나잇(Saturday Night)’(이하 정쇼)의 경우, 분당 최고 시청률(0.922%)이 동 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에 비해 가장 높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출처: 시청률 조사기관 TNS미디어)


23일 방송에서만 「조르쥬레쉬」 「혜박앤룬」 「쉬즈미스」 「컬쳐콜」 「JJ지코트」 등 최신 트렌드의 신규 브랜드 5개를 론칭, 이날 5개 신규 브랜드의 주문액이 약 50억원에 달해 전체 주문액의 66%을 차지했다. 




이 중 롯데홈쇼핑이 국내 독점으로 선보이는 프렌치 감성 럭셔리 컨템포러리 룩 「조르쥬레쉬」는 17억원, 20~30대를 타깃으로 한 톱 모델 혜박 브랜드인 「혜박앤룬」은 18억원의 주문액을 달성하며 가장 두드러진 실적을 보였다. 특히 「혜박앤룬」의 야상점퍼 세트는 29분만에 매진되며 단일 제품으로 최고인 10억원의 주문액을 기록했다. 분당 평균 약 3600만원 어치를 팔아 치운 셈이다.


기존 홈쇼핑 패션의 주 고객층인 40~50대뿐 아니라 20~30대 젊은 층을 공략한 방송 구성과 고급스럽고 세련된 무대 연출도 한 몫 했다. 「혜박앤룬」의 론칭쇼에는 혜박이 직접 출연해 특별히 제작된 런웨이에서 캣워크를 선보였으며 ‘정쇼’에는 스타일리스트 김우리가 출연해 쇼핑마스터 정윤정과 호흡을 맞췄다. 또한 통상 한 시간에 1~2가지 제품을 소개하는 기존 방송과는 달리, ‘정쇼’ 첫 회에는 150분간 6개의 제품을 선보이며 20~30대 젊은 층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르쥬레쉬」외에도 앞으로 속속 런칭할 브랜드가 준비 돼있다. 프리미엄 다운 「몽클레르」를 오랫동안 제조해 온 이탈리아 페스포우사와 조인해 최초의 프리미엄 아우터 PB 브랜드 「페스포우」도 론칭한다. 100년간 명품 브랜드의 아우터를 만들어 온 페스포우사의 노하우가 결집된 이 브랜드는 특히 페스포우사의 전격적인 지원과 전략적 제휴로 향후 글로벌 브랜딩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패션 거장 지안프랑코페레의 캐주얼 라인인 「지에프페레」를 라이선스 브랜드로 론칭한다. 라이선스 브랜드 「아르티코」도 가죽 모피 아우터 전문 브랜드로, 겨울 아이콘 브랜드로 떠오른 「캐나다구스」도 직매입하며 남성 전문기업 파크랜드와 제휴한 비즈니스캐주얼 브랜드 「체스터베리」도 전개한다.


사실 ‘TV 속 백화점’을 내세우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롯데홈쇼핑으로서는 그동안 백화점과의 관계에서 시너지를 얻기는커녕 오히려 좋은 조건을 잘 활용하지 못한 셈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올가을 이같은 ‘빅카드’를 준비했다는 것이 롯데홈쇼핑 측의 자신감이다. “기대해도 좋다”라고 새로 사업본부장을 맡은 김형준 상무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러한 자신감의 기저에는 전년대비 올 상반기 실적도 작용한다. 여러 가지 주변 여건이 극도로 좋지 않았음에도 롯데홈쇼핑 TV 패션부문 올 상반기 매출은 3720억원(순주문액 기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10.6% 성장했다. 





그동안 롯데홈쇼핑은 매출드라이브로 가는 데다 PB가 적다 보니 경쟁사 대비 이익률이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 3월부터 이익률 관리를 강화하면서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무려 69%나 높아졌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올가을부터는 백화점 전용 브랜드들과 조인해 선보이는 새로운 독점 브랜드들과 PB, 전략 브랜드의 강화와 확대에 주력한다는 것.


이번 백화점 전문 브랜드들과의 적극적인 조인을 통해 기업별 특성과 장점에 맞춰 기존 브랜드를 홈쇼핑에 함께 사용하거나 홈쇼핑을 위한 전용 브랜드를 론칭한다. 여성복부터 시작되는 이 전략은 향후 남성복과 캐주얼 스포츠 패션잡화에 이르기까지 영역이 확대될 전망이다.


패션 전문기업들와 접촉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과는 다른 프로세스와 물량감, 예산문제 등. 많아 봐야 1000장 2000장 규모를 생산하던 기업들이 선기획으로 2만장 3만장(겨울은 1만~1만5000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자금투입 문제, 재고처분에 대한 두려움, 홈쇼핑 진출 시 이미지 훼손에 대한 두려움, 조직과 예산을 만들어야 하는 데서의 애로사항 등이었다.




하지만 신유통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이미 홈쇼핑의 마켓 사이즈가 롯데 CJ GS 현대 등 4사를 합쳐 15조원 규모라는 점과 그동안 이 시장을 놓치고 있었다는 점, 이에 대해 롯데홈쇼핑이 강력한 전략을 제시하며 접촉했을 때 브랜드들의 반응은 기대이상이었다 한다.


패션기업 중에는 이미 홈쇼핑에 대해 충분히 스터디한 업체도, 이번 기회에 홈쇼핑을 정상적인 판매채널로 삼고자 하는 기업도 많았다. 이번에 참여하지 못하는 적잖은 업체들도 다음을 기약했다. 이미 홈쇼핑을 한두 번 경험해 본 브랜드들은 과거의 데이터와 패인 분석을 통해 더욱 치밀한 전략을 짰다.


상품기획의 모든 과정에는 롯데홈쇼핑 MD팀이 관여했다. 아이템, 사이즈 스펙, 가격, 소재 등 모든 면에서 함께 기획하며 협의했다. 여성복 브랜드 「르샵」 「컬쳐콜」 「매긴나잇브릿지」 「JJ지고트」 「쉬즈미스」 등과 전략 브랜드 「혜박앤룬」 등과는 브랜드별로 아이템 기획부터 모두 차별화 전략을 짰다. 니트 이너에서부터 바지 아우터 재킷 코트(트렌치 울 니트), 패딩 등 브랜드의 강점에 맞게 스팩트럼을 정교하게 짰다. 겹치면 카니발라이즈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물량은 한 스타일당 6000, 7000장에서 1만장 수준까지 기획했다. 거의 중국 베트남이나 개성 등 해외 생산으로 이뤄지는 이들의 QC(Quality Control)를 위해 롯데홈쇼핑 MD들은 중국 베트남 등의 생산공장을 직접 돌았다. 대체로 4번(기획 단계에서 샘플 제작 후, 생산 후 업체 창고에서, 입고 후, 마지막으로 방송 전) 진행하는 홈쇼핑의 QC는 거래업체로부터 상품을 랜덤으로 가져와 보여 주던 방식이었는데 이번에는 백화점 브랜드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프로세스도 간편화했다.


이번 패션 브랜드 빅카드 전략은 과거처럼 단순히 밴더가 늘어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롯데홈쇼핑의 향후를 가늠하는 절대절명의 히든카드다. 이에따라 QC 횟수도 줄이고, 물량도 홈쇼핑사에서 미리 입고 받아 방송하고 이후 남은 것만 회사로 돌려보내는 등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게 했다.


방송을 위해 각 브랜드별 차별화된 영상자료는 물론 상품의 생산과정도 영상에 담았다. 고객들에게 현장의 생생함을 보여 줌으로써 신뢰감을 주고 스토리텔링도 가미하기 위함이다. 상품 가격대는 백화점보다는 훨씬 싸고 기존 홈쇼핑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백화점과 동시 전개하는 상품은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했다. 이는 홈쇼핑에는 상품 포트폴리오상의 장점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




PB와 전략 브랜드는 톱스타를 영입한 광고 홍보 카탈로그 온라인마케팅 등 전방위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소비자들과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했다. 이미 전략 브랜드인 「조르쥬레쉬」의 모델로 송윤아를 채택 하는 등 빅 모델 전략이 가동된다.


전략 브랜드들의 내용도 충실하다. 「페스포우」는 이탈리아에서 30년간 아우터(재킷 점퍼 코트) 위주의 제품을 디자인 개발 및 OEM생산한 전문 글로벌 소싱업체로 「몽클레르」 「울리치」 「버버리」 등 최고 브랜드들의 아우터 라인을 생산해 온 유서 깊은 기업이다. 이번에 롯데홈쇼핑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페스포우」와 「아카이브피프티식스」를 탄생시키게 됐다.


「페스포우」는 그동안 홈쇼핑에서 보여 주지 못했던 프리미엄 이탈리아 유니섹스캐주얼 브랜드로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소재, 세련된 스타일이 돋보이는 점이 특징이며 패딩점퍼 코트 재킷 등이 판매된다. 「아카이브피프티식스」는 이탈리아 진 캐주얼로 젊은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스타일리시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라이선스 브랜드인 프렌치 감성의 럭셔리 엘레강스룩 「조르쥬레쉬」도 의류와 잡화를 론칭한다. 「조르쥬레쉬」는 패미닌, 퀄리티, 캐릭터가 강조되며 고급 소재와 우아한 스타일로 유럽 일본 미주 등 전 세계 백화점과 부티크 등에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브랜드다. 프랑스 상류층 여성들이 잇달아 공식석상에 「조르쥬레쉬」를 입고 등장하면서 당당한 프렌치 스타일을 선보여 왔다.


「지에프페레」는 이탈리아 3대 거장 명품 디자이너 지안 프랑코 페레의 캐주얼 라인 브랜드로 의류와 잡화를 국내 홈쇼핑 독점 라이선스로 진행한다. 정윤정 마스터가 직접 기획에 참여한 제품들도 대거 선보인다. 특히 정쇼를 통해 다양한 패션브랜드들과 「페스포우」 「아카이브피프티식스」 등 단독 브랜드를 론칭하고 유행을 선도하는 상품을 선보이며 2030세대 고객을 흡수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정 마스터만의 새로운 상품해석과 진행방식은 젊은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결과 과거 롯데홈쇼핑에 거의 접속하지 않았던 2030 고객들이 정쇼를 보기 위해 대거 접속했고 이를 통해 구매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정윤정 쇼호스트는 롯데홈쇼핑에서 ‘마스터’란 직함을 갖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서 상품기획, 선정, 제조과정 등 상품 전반에 걸친 총책임을 맡고 있으며 롯데홈쇼핑이 야심차게 준비 한 라이선스 및 PB 브랜드 론칭의 주력부대로 활약하고 있다.


정 마스터는 그동안 쇼핑호스트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지만 사실 그녀의 장기(?)는 상품을 보는 안목과 ‘촉’이다. 그녀는 판매해야할 상품을 100% 자신이 입어 보고 화장품도 예외 없이 사용해 보는 것으로, 방송도 기획단계에서부터 PD MD들과 수많은 회의와 갑론을박 하며 상품을 히트시키는 쇼호스트로 유명하다.


패션은 이제 홈쇼핑의 매출을 주도할 만큼 중요한 품목인 데다 최근 홈쇼핑을 통해 패션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F/W시즌을 기점으로 이 주도권을 잡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올가을부터 패션을 놓고 벌어질 홈쇼핑 삼국지에 집중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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